회복적 정의에 대한 비판적 쟁점 l 이재영

관리자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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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에 대한 비판적 쟁점

 

이재영



한국사회에서도 학교와 사법 영역을 중심으로 회복적 정의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고 그 정신을 구현하는 실천 프로그램들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회복적 정의에 대한 비판적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오히려 회복적 정의 운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복적 정의가 직면하고 있는 비판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어떻게 그런 합리적 비판에 대해 대답을 찾아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자주 대두되는 회복적 정의에 대한 비판적 쟁점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죄형법정주의에 위배

범죄와 형벌에 대해 미리 정해진 법률에 의해 판단해야 하는데 회복적 정의에서는 당사자 간의 직접 대면을 통한 협의의 부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성이 결여되고 같은 범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결론이 유출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만약 어떤 객관성도 결여되는 가운데 사건마다 주관적 결정에 의해 문제가 해결된다면 절차적 안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는 결국 법의 안정성을 매우 중시하는 현 사법제도에서는 가장 우려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 온정주의에 입각한 결과

처벌보다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지향적 방향을 강조하는 회복적 정의는 결국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더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은 그 응당한 처벌을 받음으로써 깊이 반성하고 널리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지 당사자간 직접 협의는 가해자에게 너무 ‘약한 처벌(soft punishment)’을 통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또한 가해자의 진실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힘든 상황에서 좀 더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개연성이 있다.

 

● 지역공동체의 부재

회복적 정의의 다른 특징 중 하나가 공동체적 정의인데, 실제로 공동체를 어떻게 정의 할 것인지, 어디까지를 공동체로 보고 그 참여와 책임을 이야기 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지역 공동체의 형성은 오히려 사법의 변화보다 더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전제된 회복적 정의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 민간 조정자들의 형식적 참여만으로 지역 공동체의 참여라고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좀 더 근본적인 지역 공동체 참여 모델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 강제성의 결여

회복적 정의에서 말하는 자발성은 그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위한 매우 기본적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의 의지에 의해서만 성립될 수 없고,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결여된 완전한 자발성으로만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강제적 요소가 포함되는 형태가 좀더 효율적인 당사자 합의에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쌍방의 협의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에 대해 실행여부를 강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재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 형평성 문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회복적 정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경제력이 있는 가해자의 경우 피해자와의 협의에서 나온 손해배상을 적극적으로 해 줌으로써 좀더 유리한 협의에 이룰 수 있고 상대적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수 있지만,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 오히려 직접적 대면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로 비취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형평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오히려 기존의 사법제도가 양산하는 처벌은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물론 회복적 정의에 대한 이와 같은 비판은 기존 사법제도의 이해의 틀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회복적 정의가 실질적이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이다. 특히, 조정자와 진행자처럼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게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인식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려를 극복하기위해서는 회복적 정의 실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실천가들이 현장 실천뿐만 아니라 이론적 이해에도 깊어질 필요가 있다. 결국 이론과 실천능력이 잘 훈련되고 준비된 전문 인력 (조정자나 프로그램 진행자 등)의 양성이 필수적이지만 지금 한국의 상황은 이러한 전문인력의 체계적 인증과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교육청의 회복적 대화모임(조정) 지원단의 위원들과 담당자, 그리고 사법기관 등에서 조정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와 조정위원들은 당사자들의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도록 선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화해와 합의를 위한 좋은자리'라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오히려 당사자(특히 피해측)의 반발과 오해를 불러오기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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